이 영화는 고대 그리스의 작가인 에우리피데스(Euripides)가 쓴 '아울리스의 이피게니아'(Iphigenia in Aulis) 라는 작품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난 얼마전까지는 고대 그리스 신화 이야기에 이피게니아 라는 인물이 있는지도 몰랐었다. 그런데 킬링디어(The Killing of a Sacred Deer (2017))라는 영화를 인상깊게 보고나서 그 영화에 대해서 알아보다가, 킬링디어가 이피게니아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영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영화 킬링디어 감상문 링크). 그래서 이피게네이아가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해져서 검색해보다가, 그리스에서 만든 영화인 이피게니아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포스터를 보면 이피게니아가 분명한 아름다운 소녀가 슬픈 눈을 하고 있는 모습인데, 이 포스터만 봐도 영화가 기대가 되었다. 이피게니아를 연기한 배우는 Tatiana Papamoschou 라는 1964년생 배우로, 계산해보면 14살때 이 영화를 찍었다. 그런데 영화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 키가 커보여서 14세 보다 나이가 더 많아보이고, 헤어스타일이 짧은 파마 머리이기 때문에 살짝 보이쉬하게 보이기도 한다. 영화에서 비극적이고 안타까운 상황에 처한 소녀를 잘 연기한 듯하다. 지금까지 영화에서 이피게니아를 연기한 배우는 이 배우가 유일한 것 같다.
줄거리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의 상황이다. 스파르타의 왕인 메넬라오스Menelaus에게는 헬렌Hellen 이라는 아내가 있는데 헬렌을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납치해간다. 메넬라오스는 분노하여, 자신의 형인 아르고스Argos(미케네Mycenae와 동일한 지역)의 왕 아가멤논Agamemnon에게 알린다. 아가멤논은 트로이로 쳐들어가기 위해서 동맹국들의 병사와 배를 이끌고 항구 아울리스에 집합시킨다. 아울리스에서 배를 타고 에게해를 건너가면 트로이에 다다른다. 그런데 바람이 불지않아서 배가 갈 수 없다. 그래서 계속 바람이 불기를 기다리면서 식량도 떨어지고 병사들이 지쳐간다. 영화의 이야기는 이 시점부터 시작된다.
식량이 떨어지면서, 배급되는 식량을 차지하기 위해서 병사들이 서로 싸우는 대혼란이 벌어진다. 이것을 보고 아가멤논은 병사들을 이끌고 인근의 신전의 목장으로 가서 양을 사냥한다. 그런데 이 목장은 여신 아르테미스를 위한 신성한 곳이었다. 아가멤논이 사슴은 쏘지 말라고 하지만, 병사 한명이 활로 사슴을 쏘아 죽이고만다. 이것을 신전의 제사장인 칼카스가 목격한다.
그날 밤 제사장 칼카스가 아가멤논이 있는 곳으로 찾아와 여신 아르테미스의 계시를 전해준다. 신에게 제물을 바치면 바람이 불어 배가 항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가멤논은 기쁜 소식이라며 병사들에게 알리고 축제를 열라고 한다. 그런데 칼카스는 구체적인 지시사항이 적힌 서신이 있다면서 내민다. 아가멤논이 불길함을 느낀듯 가만히 있으니까 오디세우스Odysseus가 서신을 받아서 아가멤논에게 내민다. 아가멤논은 오디세우스에게 읽어보라고 한다. "여신 아르테미스의 신성한 숲을 훼손한 대가로, 아가멤논은...." 오디세우스가 뒷부분의 내용을 읽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아가멤논은 동생 메넬라오스에게 읽으라고 시킨다. "아가멤논은.... 첫째딸 이피게니아를 제물로 바쳐야한다. 그렇게 하면 바람이 불어 배가 트로이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아가멤논은 말도 안된다며 절규한다. 그러나 밖에 있는 병사들은 그런 아가멤논의 처지를 알지 못하고, 이제 트로이로 갈 수 있다며 다같이 노래를 부르며 축제분위기이다. 이 병사들을 보며 아가멤논은 고민에 빠진다.
아가멤논은 아내인 클리템네스트라Clytemnestra 에게 편지를 보낸다. 내용은 이피게니아를 아킬레스와 결혼시키려고 하니 이피게니아를 아울리스로 보내고, 클리템네스트라는 같이 오지 말라는 내용이다. 아킬레스는 그리스 신화 최고의 영웅 중 하나라고 한다. 나는 아킬레스라고 하면 아킬레스건 밖에 생각나는게 없었는데, 아주아주 유명한 인물이고, 영화 트로이(Troy, 2004)에서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인물이 바로 아킬레스(아킬레우스)라고 한다. 영화 이피게니아에서도 아킬레우스를 연기하는 배우가 상당히 잘생긴 배우 Panos Mihalopoulos 이다.
아가멤논은 아킬레우스와는 상의도 없이, 딸을 아울리스로 오게 하기 위해서 아킬레우스가 이피게니아와 결혼을 하고싶어한다며 거짓 편지를 쓴 것이다. 이 편지를 받고 이피게니아는 매우 기뻐하고, 어머니 클리템네스트라와 함께 아울리스로 향한다. 클리템네스트라는 오지 말라고 편지에 쓰여있지만 클리템네스트라는 어머니로서 같이 가지 않을 수 없다며 함께 간다. 이피게니아의 어린 남동생 오레스테스Orestes도 데리고 간다.
아가멤논은 죄책감이 들었는지 하인을 시켜서 아울리스로 오고있는 이피게니아를 다시 아르고스로 돌려보내려고 하지만, 이 대화를 엿들은 메넬라오스가 이피게니아에게 가고있던 하인을 붙잡아 아가멤논에 앞에 내동댕이 친다. 아가멤논은 메넬라오스와 말싸움을 하고나서, 직접 말을 타고 가서 이피게니아를 돌려보내려고 한다. 그런데 그때 클리템네스트라가 보낸 연락병이 와서 곧 이피게니아가 도착할 것임을 알린다. 아가멤논은 좌절한다. 메넬라오스는 그런 형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바뀌어 형을 도와 이피게니아를 살릴 수 있는 계획을 제안하지만, 아가멤논은 가능성이 없다며 체념한다.
결국 딸과 아내가 도착한다. 이피게니아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빠를 끌어안으며 반가워하지만, 아가멤논은 슬픈 표정을 지을 뿐이다. 이피게니아가 왜그러냐고 묻자 전쟁으로 신경쓸게 많아서 그렇다고 둘러댄다. 이피게니아가 빨리 전쟁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하니까 아가멤논은 그럴려면 신에게 제물을 바쳐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피게니아는 자기도 제물 의식을 하는 제단으로 따라가서 아빠를 돕겠다고 천진난만하게 말한다.
아가멤논은 결혼식에는 자기가 있을테니 아내는 아르고스로 돌아가라고 한다. 클리템네스트라는 내가 엄마인데 결혼식에 어떻게 빠질수가 있냐며 당연히 화를 낸다. 아가멤논은 나머지 두 딸들이 아르고스에 있으니 어서 돌아가라고 하지만, 아내는 딸들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많다며 거부한다.
클리템네스트라는 아킬레스를 만나자 반가워하며 결혼식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아킬레스는 처음 듣는 이야기 이므로 당황해하며, 자신은 이피게니아와 결혼에 대해 의논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때 아가멤논의 하인이 와서 클리템네스트라와 아킬레스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다. 딸이 제물로 바쳐지게 될 것을 알게 된 클리템네스트라는 울부짖는다. 그리고 아킬레스에게 도와달라고 애원하고, 아킬레스는 이피게니아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한다.
지나가다가 이 모습을 본 이피게니아도 어떤 상황인지 깨닫고, 도망치기 시작한다.
클리템네스트라는 아가멤논에게 가서 딸을 죽일거냐고 묻는다. 아가멤논은 누가 알려줬냐며 분노하고 둘은 격하게 다툰다. 이때 클리템네스트라가 하는 말을 통해서, 그녀의 원래 남편이 아가멤놈에 의해 죽었으며, 클리템네스트라는 아가멤논에게 납치당해 강제로 아내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가멤논은 아내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제물의식을 하려고 한다.
이제는 병사들 모두가 이피게니아를 제물로 바쳐야 바람이 불게 될 것이란 사실을 알게되어, 모두 제물의식을 실시하라고 합창으로 외친다. 동정심이라고는 조금도 없어보여서 많이 화가 나는 장면이다.
도망갔던 이피게니아는 결국 잡힌다. 이피게니아는 아가멤논에게 눈물을 흘리며 애원한다. 어린 동생 오레스테스가 누나를 위해 달려온다. 이피게니아는 동생과 함께 아가멤논에게 애원한다. 그렇지만 아가멤논은 전쟁을 위해 어쩔 수가 없다고 하고, 이피게니아는 쓰러진다. 클리템네스트라는 딸을 안고 슬픈 노래를 부른다.
아킬레스는 제물의식을 하라고 외치는 병사들에게, 이것은 모두 오디세우스가 꾸민 거짓이라고 소리친다. 그리고 이피게니아는 자신과 결혼할 거라고 소리친다. 그러나 병사들은 아킬레스가 여자에게 눈이 멀었다며 비웃고, 우리는 전쟁을 하러왔지 결혼식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며 아킬레스에게 돌을 던진다.
아킬레스는 클리템네스트라와 이피게니아에게 병사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며 사죄한다. 그후 오디세우스가 이끄는 병사들이 이피게니아를 제단으로 데려가기 위해 몰려온다. 아킬레우스와 클리템네스트라가 끝까지 지켜주려 하지만, 이피게니아는 결국 운명을 받아들이는 듯이, 면사포와 화관을 가져다달라고 한다.
이피게니아는 어머니에게, 병사들 모두가 자신의 죽음을 바라고 있다고, 그들 모두의 목숨보다 자기의 목숨이 더 가치있는 것이 아니라고, 그리고 아킬레우스가 자기를 위해 싸우다 죽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라가 나의 목숨을 원한다면, 나라를 위해 죽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동생 오레스테스를 잘 키워달라고, 그리고 아빠를 미워하지 말라고 말한다.
클리템네스트라는 이건 살인이라고 절규한다. 가지말라는 어머니의 호소를 뒤로하고, 이피게니아는 스스로 제단으로 향한다. 제단으로 올라가는 계단 밑에서 아가멤논이 이피게니아에게 화관을 씌워준다. 포스터에 나오는 그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아킬레우스도 다가와 계단을 올라가는 이피게니아를 바라본다.
계단을 다 올라갔을때 아가멤논이 이피게니아를 부르며 따라서 올라간다. 아빠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이피게니아가 돌아가려고 하자, 제사장 칼카스가 붙잡는다. 그다음 아가멤논의 놀라는 표정이 클로즈업된다. 이피게니아가 그다음 어떻게 되었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병사들은 환호하며 배를 띄우기 위해 바다로 달려간다. 드디어 트로이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다.
영화는 마차를 타고 아르고스로 돌아가는 클리템네스트라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끝나는데, 그녀의 얼굴은 차갑고 무서운, 복수심에 가득찬 모습이다.
이피게니아는 어떻게 되었는가?
이 영화의 원작인 에우리피데스의 '아울리스의 이피게니아'를 보면, 여신 아르테미스가 제단의 제물을 사슴으로 바꾸어서 이피게니아는 죽지 않았다고 한다. 에우리피데스가 쓴 또다른 작품인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아(Iphigenia in Tauris)' 라는 작품을 보면, 아르테미스가 이피게니아를 살려준 뒤 자신의 신전으로 데려가서, 이피게니아는 그 신전의 사제로 지내게 된다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등장인물의 뒷이야기도 궁금해서 찾아보았는데, 이피게니아의 엄마인 클리템네스트라는 아가멤논이 트로이 전쟁을 하는 동안, 아가멤논의 사촌인 아이기스토스(Aegisthus)와 연인이 되었다. 아가멤논이 전쟁을 끝내고 트로이 공주 카산드라(Cassandra)를 데리고 돌아오자, 클리템네스트라는 아이기스토스와 모의해서 아가멤논을 죽인다. 이피게니아를 죽인 것에 대한(사실은 죽지 않았지만) 복수, 그리고 전남편을 죽인 것에 대한 복수이다.
7년뒤,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로, 엄마인 클리템네스트라와 아이기스토스를 둘다 죽인다. 그리스 신화가 너무 잔혹한 것 같다.
이피게니아를 모티브로 제작된 미드 왕좌의 게임 中 한장면
유명한 미드인 왕좌의 게임 시즌5의 9회에서 Shireen Baratheon 라는 소녀가 안타깝게 제물로 바쳐지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이피게니아 에서는 이피게니아가 죽는 장면이 전혀 안나오지만, 왕좌의 게임에서는 소녀가 불에 태워져 죽고만다. 이 장면이 이피게니아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너무 안타까운 장면이다. youtu.be/5rEWHmK2X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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