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철과 경제

ˍ 2020. 9. 9.

(EBS에서 나온 철과 경제에 관한 강의 내용 정리)

 

지구 전체를 구성하는 원소 중에 가장 많은 물질, 바로 철. 풍부한 양만큼이나 가격도 저렴하겠죠. 대표적인 철강 제품인 열연코일, 이게 톤당 가격이 55만 원 정도 됩니다. 물이 리터당 한 1500원 정도 되니까 철이 물보다 저렴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철강은 강도에 비해서 가격이 매우 낮기 때문에 경제성이 뛰어난 소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너무 흔해서 크게 인식하지 못했던 철의 이 경제사적 가치를 지금부터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독일과 철

철강을 이야기할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전쟁인데 독일은 철강 산업, 그리고 전쟁사를 이야기기하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국가로 등장합니다. 독일의 전쟁, 그리고 철강 산업 중심에는 한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크루프(Frierich Krupp AG) 라는 기업입니다. 크루프에서 만들어진 철강과 강철, 대포와 포탄, 철판과 기관차, 군함과 상선이 독일을 지탱하는 기둥이 되었습니다.

 

19세기 알프레드 크루프(Alfred Krupp)는 주물공의 아들로 태어났고 14세에(14세라고 강사분이 말했는데 아무래도 실수로 잘못 말한듯합니다) 철강회사 책임자가 됩니다. 대포 생산과 철도 건설에 온 힘을 쏟았고 그가 두각을 낸 곳은 특히 전쟁터였습니다. 알프레드 크루프는 에센(Essen)시에 제철소를 건설합니다. 크루프가 자리한 에센은 두 세계대전에서 대포의 도시였고 독일의 무기제조창이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때 세계에서 가장 큰 대포를 만든 곳 역시 바로 크루프였고, 길이 43m, 폭이 7m, 높이가 11.6m에 이르는 무게 1350톤에 달하는 열차포를 만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요새가 포 6발이면 박살이 났고, 대포의 반동이 너무 컸기 때문에 포격할 때 바닥에 특수레일을 썼을 정도라고 합니다. 이들이 만드는 대포는 크루프 대포라는 이름으로 납품이 됐었습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에 끝난 후게 크루프는 연합국 관할로 넘어갔고 2차 대전 후에 가문은 전범으로 재판을 받아 감옥살이를 해야 했습니다.

 

100년 이상 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던 유럽 국가들이 전쟁의 상징이라 불렸던 이 철강 생산을 억제하기 위해서 ECSC를 결성합니다. 유럽 석탄 철강 공동체(European Coal and Steel Community) 인데, 오늘날의 유럽공동체(EU), 유럽 단일통화 유로화의 모태가 되기도 합니다.

 

21세기의 철강 산업

전 세계에서 1인당 평균 철강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어디일까요. 중국이 590kg, 또 일본이 514kg, 독일도 495kg, 세계 평균 224.5kg입니다. 우리나라 1인당 철강 소비량은 압도적인 1위입니다. 1047kg에 해당됩니다. 이처럼 여타 국가에 비해서 높은 철강 소비 수준은 산업 구조 자체가 철강 다소비 업종에 치우쳐져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저렴하고 질좋은 철강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산업별 철강 소비 비중들을 보면 건설이 약 48%, 자동차가 19%, 조선이 16%, 기계가 4%, 기타 6%로 나타납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라는 지표와 철강 소비 증가율이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이 두 지표 간의 상관 계수를 보면 1에 가까운 약 0.8245 입니다. 이것은 곧 철강 소비가 크게 증가할수록 경제도 같이 증가한다라는 상관 관계를 보여주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소비구조 자체가 철강 다소비 업종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기때문에 철강 소비가 많이 발생한다는 얘기는 배도 많이 건설하고 자동차도 많이 생산한다는 뜻이고 경제성장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철강산업의 미래

세계 철강산업의 현 주소를 보면 저성장, 공급과잉, 대경쟁 시대에 진입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듯합니다. 중국 경제를 보면 중국 경제 상태는 14.5%까지 성장했습니다. 지금은 완만하게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5%대 성장세로 내려앉았습니다. 중성장국이 된 것입니다. 중국이 고성장하면서 많은 철강의 수요가 발생했고 그러면서 철강 산업이 꾸준히 성장해왔는데 이 고성장하는 신흥국들이 위축되는 과정에서 철강 수요가 줄어듭니다. 길게는 2025년까지 철강 수요가 연평균 1%대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계 철강 수요는 둔화되고 있는데 철강 공급은 오히려 많아지고 있습니다. 여러 신흥국들이 철강산업을 주요 인프라 산업으로 가져오면서 중국을 비롯한 여러나라가 철강산업을 유치하기에 이릅니다. 왜냐하면 신흥국들이 고도로 성장하려면 다양한 건설과 여러 인프라가 깔려야 될 텐데 이런 산업의 기본이 바로 철강이라는 원자재이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이 원자재 산업, 철강 산업을 자국화하기에 이르렀고, 그런데 이 신흥국들의 저렴한 인건비에 의존해서 생산하는 철강 산업은 엄청나게 가격 경쟁력이 높겠죠. 철강 산업이 우리 경제에서 위축받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세계 철강 산업의 공급 과잉 현상, 이것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파리협정과 철

2015년에 세계 각국 195개 나라가 파리협정에 체결을 합니다. 경제성장도 좋지만 성장과 함께 지속 가능한 성장이 되어야하지 않겠느냐 하는 관점에서 기후 변화 협약을 체결하는 것이죠. 2020년부터는 조금 더 본격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규모를 줄여 나가야 하는 굉장히 큰 압력이 작용하는 그런 시점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철강 산업이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 규모에서 약 24%나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이 철강 산업에 상당한 경제적, 구조적인 압력이 취해지고 있는 그런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 철강 산업에 구조적인 압력을 받는 몇 가지 요인들을 정리해보자면 중국효과가 소멸되었다는 것. 글로벌의 많은 신흥국들이 너도 나도 철강 산업 하겠다 뛰어들면서 공급은 오히려 과잉이 되었다는 거. 파리협정체결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가 뭔가의 행동을 취해야 하는데 철강 산업은 그 주요 표적이 된다는 것, 이런 것들이 이 철강 산업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등장합니다.

 

자동차 수요가 줄고요. 건설 수요가 줄고 당연히 우리나라의 철강 공급의 발주처 자체가 줄어드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죠. 올해 국내 자동차 강판이나 철근과 같은 강재들의 연간 소비량이 11년 만에 5000만 톤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1분기 국내 조강 생산량이 지난해와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4.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고, 지난 4월 철강 수출 역시 15.8% 줄어들면서 2009년 금용 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철강 산업이 앞으로 어떻게 위기를 타파해 나갈지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 효과로 인해 수요가 둔화된 상황에서 많은 신흥국들이 저렴한 철강들을 공급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 좀 더 고급화된 고부가가치 철강 산업으로 전환을 해나가야 되겠습니다. 철강 산업의 나름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력 재배치 문제라든가 어떻게 다른 여러 산업의 영역으로 전문화된 인력을 공급할 것인지, 어떻게 고용 충격을 완화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야 될 것입니다.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고 불려지고 있는 만큼 거의 모든 산업의 원자재로써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철강 수요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서 한국 경제가 어떻게 흘러가는가를 전망하는 데 좋은 선행 지표로 활용될 수 있겠다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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