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수중발레를 하는 친구를 사랑하는 소녀, 영화 워터 릴리스 Water Lilies (2007)

ˍ 2020. 9. 1.

Water Lilies는 2007년 프랑스 영화로 프랑스어 원제는 Naissance des Pieuvres 인데 우리말로 해석하면 문어들의 탄생이라는 제목이다. 프랑스어 원제는 뭔가 전혀 영화 내용과 안어울리는 이상한 제목같고, 영문 제목인 워터 릴리스가 훨씬 예쁘고 영화 내용과 잘 어울리는 제목 같다. Water Lilies는 연못의 물위에 아름답게 피는 꽃, 수련을 뜻하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 소녀들이 수중발레를 하기때문에 워터 릴리스라는 제목이 훨씬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마침 이 영화의 리뷰를 찾아보다가 한 기자가 이 영화의 감독인 셀린 시아마(Céline Sciamma)에게 왜 제목을 Water Lilies로 정했는지 질문한 것이 있었다. 이 질문에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셀린 시아마: 사실 제가 워터릴리스라는 제목을 고른 것이 아니에요. 그 제목은 국제적인 제목이에요. 원래의 프랑스어 제목은 문어들의 탄생이에요. 상당히 다르죠. 저는 워터 릴리스라는 제목이 정말 좋아요. 그것은 프랑스어 제목보다 더 부드럽고 시적인 느낌이 있어요. 영화에 나오는 세명의 캐릭터가 수련같다고, 물위에 떠있는 아름다운 꽃들이지만 깊은 뿌리를 감추고있는 수련같다고 말할 수 있을거에요. 

 

참고로 수중발레는 싱크로나이즈드 스윔 이라고도 불렀었는데, 2017년에 국제수영연맹이 아티스틱 스위밍(Artistic swimming)이라는 명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이 영화의 주요 소재인 수중발레는 감독 셀린 시아마가 16살때 직접 경기장에서 보고 감명을 받고 일주일간 내내 생각했을 정도로 사로잡혔다고 한다. 그리고 수중발레를 직접 하고싶었는데 운동을 잘하는 몸이 아니라서 못했다고 한다. 감독은 이 영화의 각본도 직접 썼으며, 이렇게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이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감독은 커밍아웃을 한 여성이어서 이것도 영화의 주인공과 관련이 있다. 

 

줄거리

마리(Marie)라는 15살 소녀가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Marie의 단짝친구인 안나(Anne)가 이 경기에 참가해서 수중발레를 하고 있다. Marie는 자그마한 체구에 좀 귀여운 외모인데, Anne는 몸집이 크고 훨씬 나이가 많아보인다. 영화속에서 둘이 동갑 친구라는 설정인데, 배우들의 실제 나이는 Marie역의 Pauline Acquart는 1992년생, Anne역의 Louise Blachère는 1989년생으로 3살 차이가 난다. 이 영화가 2007년 영화니까 당시 나이를 계산해보면 Pauline Acquart은 영화속 설정과 같은 15살(우리나라 나이로 16살)이 맞는데 Louise Blachère는 18살(우리나이로 19살)이었다. 

 

프랑스 영화가 파격적인 표현 수위로 놀라움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도 초반부터 깜짝 놀랄 장면이 나온다. Anne역의 Louise Blachère가 수중발레 시합을 마치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으려고 옷을 다 벗었을때 남학생이 문을 열어서 그 남학생에게 발가벗은 모습을 보이게 되는 장면이다. 배우 Louise Blachère가 당시 19살이지만 영화 설정상 16살인데 그런 장면이 나올 수 있다니 상당히 화들짝 놀랄 장면이다. Anne은 발가벗은 모습을 들키고나서 그 남학생 François를 오히려 좋아하게 된다. 

 

Marie는 친구인 Anne가 수중발레를 하는 것을 보고 자기도 하고싶었나보다. 수영장 수중발레 클래스에 등록 신청을 하러 가는데, 직원이 한참 뒤에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하자 몹시 아쉬워한다. 그 후 Anne가 Marie에게 수영장 남녀 학생들이 모이는 파티에 대해 알려줘서 같이 가게 된다. Marie는 파티에 가서 수중발레 리더인 플로리안(Floriane)을 보게 되고, 그녀에게 수중발레에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Floriane은 이 부탁에는 대답을 하지않고, Marie에게 껌을 달라고 해서 씹은 후 입냄새가 나는지 묻는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François와 진하게 키스를 한다. Anne이 이 장면을 목격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François가 다른 여자랑 키스하는 것에 마음이 무너질듯한 감정을 느끼고 밖으로 뛰쳐나간다. 

 

파티 그 다음날, Marie는 Floriane이 지나는 길에서 기다렸다가 Floriane을 만나자 다시 수중발레팀에 넣어달라고 조른다.  Floriane은 거절하지만 Marie가 수중발레에 들어가게 해준다면 뭐든 원하는 것을 해주겠다고 하자 결국 Marie를 수영장으로 데려간다. 

 

여기까지 봤을때는 어느 작고 평범한 소녀가 수중발레를 하고싶어 하는데 결국 수중발레팀에 들어가서 훌륭한 선수가 되는 그런 영화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런 것과 전혀 다른 쪽으로 흘러간다. Marie는 수중발레가 아니라 Floriane을 좋아하는 것이었음이 점점 드러나게 되는데.....

 

십대 소녀의 동성 친구에 대한 사랑을 너무나 강렬하게 보여주는 영화

예고편도 보지않고 본 영화라서 사실 Marie를 처음 봤을때는 표정도 뾰루퉁해 보이고 수중발레를 하고싶어서 막무가내로 친구에게 조르는 조금 특이한 아이같다 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Marie가 Floriane을 좋아하는 것이 드러나고, Marie가 Floriane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 계속 나오면서 어쩜 같은 동성인 친구인데 저렇게나 좋아하는구나 하고 그 애절함에 놀랐다. 그리고 Marie가 원하는 대로 Floriane이 Marie만을 좋아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영화를 보게 되었다.

 

강렬하게  다가왔던 장면 중에 이런 것이 있다. Marie가 Floriane의 집에서 놀고 다음날 아침 돌아갈 때, Floriane이 버린 쓰레기를 몰래 집으로 가져온다. 그리고 쓰레기 속에서 찾아낸 Floriane의 화장이 묻은 솜의 향기를 맡고 Floriane이 먹고나서 버린 사과를 먹는 장면이 있다. 저렇게 할 정도로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절절한 느낌이 드는 장면이다. 

 

Marie가 친구를 사랑하는 애절한 소녀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Floriane은 도도하면서도 성숙한 매력을 보여준다. Floriane을 연기한 배우 아델 에넬(Adèle Haenel)은 영화 속의 나이는 16살 이지만 실제 나이는 19세 였다. 1989년생 배우이다. 이 영화 이후로 많은 영화 작품에 출연하였고 Love at First Fight (2014) 라는 영화에서의 연기로 프랑스의 아카데미로 불리는 세자르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프랑스 최정상 배우 중 한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델 에넬은 셀린 시아마 감독처럼 커밍아웃을 한 여성이다. 둘은 영화 워터 릴리스에서 같이 작업하면서 연인이 되었었는데 나중에는 헤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둘의 친밀한 관계는 계속되어서  2019년에도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Portrait of a Lady on Fire (2019)) 이라는 영화에서 또다시 감독과 배우로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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